좋은시와 글

 

꽃잎2      ::: 김수영 ::: 

꽃을 주세요 우리의 고뇌를 위해서
꽃을 주세요 뜻밖의 일을 위해서
꽃을 주세요 아까와는 다른 시간을 위해서노란 꽃을 주세요 금이 간 꽃을
노란 꽃을 주세요 하얘져가는 꽃을
노란 꽃을 주세요 넓어져가는 소란을노란 꽃을 받으세요 원수를 지우기 위해서
노란 꽃을 받으세요 우리가 아닌 것을 위해서
노란 꽃을 받으세요 거룩한 우연을 위해서꽃을 찾기 전의 것을 잊어버리세요
꽃의 글자가 비뚤어지지 않게
꽃을 찾기 전의 것을 잊어버리세요
꽃의 소음이 바로 들어오게
꽃을 찾기 전의 것을 잊어버리세요
꽃의 글자가 다시 비뚤어지게내 말을 믿으세요 노란 꽃을
못 보는 글자를 믿으세요 노란 꽃을
떨리는 글자를 믿으세요 노란 꽃을
영원히 떨리면서 빼먹은 모든 꽃잎을 믿으세요
보기 싫은 노란 꽃을

 

<사랑받지 않을 용기> 알리스 슈바르처 지음8

페미니스트의 일상은 흥미진진하다. 더불어 ‘저절로’ 총명해진다. 성별이 개입된 현실(‘여성문제’)은 매우 복잡해서 끊임없는 고민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생각하는 사람 자체를 싫어하는데다, 성별 문제를 사소하게 여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좋은 동료, 커뮤니티, <사랑받지 않을 용기> 같은 책이 필수적이다.스트레스와 무임노동도 만만치 않다. 내게 가장 스트레스는 변치 않고 반복되는 질문들. “남자도 차별받아요”, “우리 집은 엄마가 왕인데, 성차별 주장은 억지 아닌가요?” 몇 년 전에는 어느 대학원 신문사로부터 “여성도 철학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달라는 원고를 청탁받은 적도 있다. 나는 친절하게 대응하는 편이다. 여성은 부드럽지 않은 태도만으로도 가해자가 되기 때문이다.이 책은 해방구. 독일의 유명한 페미니스트이자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아주 작은 차이>의 저자 알리스 슈바르처가 성차(性差), 낙태, 모성, 일, 외모, 포르노, 성매매, 종교, 가족, 남성, 사랑 등 사람들이 자주 묻는 주제에 대해 답한 독일판 ‘대답’(Die Antwort)이다.“인간은 원래 확정되지 않은 다형적(多形的) 섹슈얼리티를 갖고 있으며(프로이트), 이성애의 정상성은 제도의 결과일 뿐이다”(58쪽), “남자들이 삶을 즐기는 동안 여자들은 칼로리를 계산한다”(128쪽), “시장을 만드는 것은 상품이 아닌 수요(남성)다. 성 판매 여성과는 연대하되, 성매매와는 싸운다”(176쪽), “성폭력범의 4%만이 모르는 남자다”(킨제이 보고서, 216쪽). 구구절절(句/句/節/節) 성경(性經)이다. 내게 메일로 질문하는 분이 많은데 직접 읽기를 권한다.이 책에 대한 나의 관심은 우리말 제목이다. <사랑받지 않을 용기>. “자기 비하를 그만두고 다른 여성을 존중하자. 남성 사회에서 사랑받지 않을 용기를 내자”(245쪽).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책이 <미움받을 용기>라는데, 읽지는 않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 절박한 ‘구호’라고 생각한다.이성애가 사랑의 의미를 독점하고 있지만 사랑의 범위가 넓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고 또 원하고 있다. 친밀감, 유대, 인정받음, 수용됨, 섹스, 우정, 보살핌, 관심, 격려…. 이들은 영혼의 수액, 생명의 필수 요소다. 하지만 부모 자녀 간에도 사랑은 저절로 주어지는 법이 없다. 어른은 책임을 다할 뿐이다.누구나 사랑받기 위해 노력한다. 자기 파괴조차 마다하지 않는다. 사랑받으려는 노력은 삶의 동력이지만 어느 지점부터 다른 길을 간다.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자기 발전의 에너지가 되지만, 지나치면 비굴하거나 부정의한 사람이 되기 쉽다.이 문제는 여성에게 아주 복잡하다. 가부장제는 남성에게 여성을 보호(사랑)할 가치가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를 분류하는 권한을 부여한 인류 최악, 최고(最古)의 노예제다. 여성에게 사랑은 정치경제학. 성원권, 생존의 문제다. 사랑받기 위한 여성들의 노력은 눈물겹다. 동시에 분열적일 수밖에 없다. ‘그들’의 요구가 지나칠 때, 분노의 순간이 반드시 찾아온다. 실은, 자주 온다. 자기도 모르게 정의감이 생긴다.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니 평소에 외롭지 않을 능력, 자원, 자기 언어를 준비해두어야 한다. 이 과정이 여성운동이다.‘사랑받는 페미니스트’는 가능하다. 앎이 사랑을 가져온다. 실제 현실은 노력한다고 해서 사랑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애쓰지 않아도 된다. 가부장제 사회가 정말 착한 여자를 사랑할까? 예쁘고 똑똑하고 돈 잘 벌고 말없고? 그렇지 않다. 본질은 이중 메시지로 여자를 미치게 하는 것이다. 착한 여자도 욕먹고, 착한 여자 콤플렉스에 걸린 여자도 욕먹는다.가장 중요한 사실. ‘사랑받지 않을 용기’에서 생략된 말이 있다. 누구에게 사랑받을 것인가. 권력이 아니라 나에게 사랑받으면 된다. 권력은 비겁해서 넘어뜨릴 수 있는 사람만 건드리는 법이다. -정희진 –

 

곽병찬의 향원익청(香遠益淸)

누가 이들의 아픔을 알까, 고통을 그리고 절망을 알까. 누가 감히 이들 앞에서 역사에 대하여, 민족과 국가에 대하여, 말을 할 수 있을까,우리 모두는 다만 그들 앞에서 죄인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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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無渡河歌 (공무도하가)   – 작가미상-

公無渡河(공무도하)
그대 강을 건너지 마오

公竟渡河(공경도하)
그대 끝내 강을 건넜구려

墮河而死(타하이사)
물에 빠져 돌아가셨으니

當奈公何(당내공하)
그대여 어찌해야 하리오

– 인생에는 막으려는 힘과 일어나려는 힘이 있다는 것. 아무리 막아도, 일어날 어떤 일은 일어난다는 것.나는 내 뜻대로 안 된다. 너도 내 뜻대로 안 된다. 그러므로 인생은 우리 뜻대로 안 된다 –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 산울림(작사·작곡 김창완)-

꼭 그렇진 않았지만 구름 위에 뜬 기분이었어
나무 사이 그녀 눈동자 신비한 빛을 발하고 있네
잎새 끝에 매달린 햇살 간지런 바람에 흩어져
보얀 우윳빛 숲속은 꿈꾸는 듯 아련했어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우리 둘은 호숫가에 앉았지
나무처럼 싱그런 그날은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 노래는 답변을 회피함으로써 욕망을 드러낸다. 록은 그런 젊은이들의 언어다. 이런 노랫말을 발견한 산울림은 정말 위대하다. 우리말의 일상어법이 록음악이라는 생소한 음악문법과 딱 맞는 염기쌍을 찾는 역사적인 순간, 인식론적 단절의 순간이다. 한국 록은 산울림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